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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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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0회 작성일 22-03-31 21:41

본문

삼월

 

  김경인

 

 

늙은 도공의 탄식처럼

깨지길 기다리는

항아리들처럼

일생의 이야기들 속에서 달린 발 빠른 말이

지나간 자리

백 년 동안의 흙먼지처럼

자화상을 기다리는 검은 프레임처럼

텅 빈 깡통속 홀로 반짝이는 은화처럼

내려앉은 햇살처럼

강 한가운데로 흘러온 노래의 조각배

검은 머리털로 덮어버린

흰 머리카락처럼

아침마다 무너지는 세계

담벼락 아래 깔린 비밀 위로

가벼이 떠오르는 민들레처럼

그 물음표처럼

점점 작아지는 휘파람처럼

분노와 슬픔으로 촘촘히 짠

주머니를 찢고 나오는

어리둥절한 돌멩이처럼 

 

김경인 시집,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문학동네, 2020)



kimkyoungin-180.jpg


1972년 서울 출생
2001년《문예중앙》 등단
시집『 한밤의 퀄트』『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 등

형평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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