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말에게 가려고 / 이현호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말은 말에게 가려고 / 이현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5회 작성일 22-04-06 20:35

본문

은 말에게 가려고


  이현호

 


  오늘은 슬픔과 놀아주어야겠다. 가끔 등을 밀어주어야 하는, 그네를 타는 슬픔이 내게도 있다. 한 숟갈 추억을 떠먹은 일로 몇 달쯤 슬픔을 곯지 않게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너를 좋아진다.” 같은 흰소리를 들어주던 귀의 표정을 생각하는 오늘밤은, 아직 없는 나의 아이나 그 아이의 아이의 눈동자 속으로 걸어오고 있는 별똥도 서넛쯤 있을 것이다.


  마음을 놀이터 삼아 혼자서 놀던 대견한 슬픔과 놀아야겠다. 떠올릴 적마다 조금씩 투명해지는 얼굴이 있고, 시간같이 익숙해지는 것이 있다. 말은 말에게 닿으려고 말하는데. 빈집 우편함에 쌓이는 편지봉투처럼 누구도 뜯지 않는 말로 시를 적는 건 이상한 일이다, 지상과 수평을 이루는 높이까지 발을 차올렸던 슬픔이 되돌아오고 있다.


  “나도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사랑해.”라는 말을 수박씨처럼 툭툭 뱉어보는 오늘밤도, 유성우에 빌었던 소원은 도착하지 않는다. 집 앞에 쓰러져 있던 절름발이 바람을 방금 전 나는 그냥 지나친 듯도 하다. 씨앗 하나를 안으려고 지구는 중력을 놓지 않는다, 라는 말을 곱씹고 있었다. 뒤돌아보는 슬픔의 얼굴이 나를 좋아진다. 저 가벼운


  등을 밀어주어야지. 채찍질로 떠나보낸 말들이 기특하게도 다시 돌아오는 오늘밤은

  

이현호 시집,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문학동네, 2018)


 

 

1983년 충남 연기 출생
2007년《현대시》로 등단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산문집 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 등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94건 4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5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1 04-17
15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3 1 06-17
15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5 1 06-28
15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1 1 10-25
15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3 1 11-07
15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1 1 11-21
15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8 1 12-05
15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0 1 12-16
15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3 1 01-04
15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0 1 01-12
15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1 01-24
15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4 1 02-14
15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2 1 03-01
15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2 1 03-17
15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6 1 04-11
15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6 1 04-23
15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2 1 05-14
15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8 1 05-28
15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4 1 07-02
15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3 1 08-11
15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1 03-08
15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1 04-19
15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4 1 01-28
15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7 1 02-11
15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4 1 04-01
15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6 1 05-08
15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6 1 12-12
15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7 1 08-19
15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3 1 10-09
15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8 1 11-18
15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7 1 12-21
15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2 1 06-08
15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1 12-26
15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7 1 01-05
15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0 1 02-16
15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1 1 03-08
15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3 1 03-17
15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2 1 03-28
15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7 1 04-06
15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8 1 04-19
15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5 1 04-28
15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 1 06-02
15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2 1 06-17
15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2 1 10-25
15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8 1 11-10
14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4 1 11-21
14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9 1 12-05
14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0 1 12-28
14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7 1 01-04
14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4 1 01-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