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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집 / 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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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0회 작성일 22-04-11 14:13

본문

리의 집

 

    길상호

 

그 집은 소리를 키우는 집,

늑골의 대문 열고 마당에 들어서면

마루에 할머니 혼자 나물을 다듬거나

바람과 함께 잠을 자는 집

그 가벼운 몸이 움직일 때마다 삐이걱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오는 집,

단단하게 박혀 있던 못 몇 개 빠져나가고

헐거워진 허공이 부딪히며 만드는 소리,

사람의 세월도 오래되면 소리가 된다는 듯

할머니 무릎에서 어깨 가슴팍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바람의 소리들,

아팠던 곳이 삭고 삭아서 만들어낸

관악기의 구멍을 통해 이어지는 가락들,

나의 짧은 생으로는 꾸밀 수 없는

그 소리 듣고 있으면 내가 키워온 옹이

하나씩 빠져나가고 바람 드나들며

나 또한 소리 될 것 같은데

더 기다려야 한다고 틈이 생긴 마음에

촘촘히 못질하고 있는 집

 

길상호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걷는사람, 2018)



kilsh.jpg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오동나무안에 잠들다』『모르는척』『눈의 심장을 받았네』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의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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