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오차 / 함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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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7회 작성일 22-04-12 20:00본문
오해의 오차
함기석
조심조심 불을 만지면서 몸을 나누었다
곱했다 뺐다 제거된 상수는 와삭와삭 얼음과 으깨 먹으며
남은 날 제거했다 슬픔 때문에 목에 가시가 걸린 장미
끓는 포트를 열면 증발 중인 숲, 너는
유리잔에 따르면 검은 모래가 사르르 쏟아지는 세계
기억을 태우면 살갗이 넓게 벗겨지는 밤하늘, 망국의 지도처럼
흥건한 피였다 역사는 사랑은
멍을 닦아주면 꿈에 붉은 날개 달린 글자들이 쏟아지고
녹는 얼굴 녹는 입술 녹는 이빨 녹는 잠
옥상 난간까지 파도가 번져왔다 빛, 빛, 나의 가지빛깔 파도
멈추지 않는 우울, 점점 깊어지는 수심
선한 시는 뾰족한 눈 무더운 눈 가시 돋친 세계의 신부가 된
악의 꽃이다 얼음을 먹으며 고통을 나누었다
곱했다 뺐다 0으로 양분했다 무한대로 분양되는 죽은 자의 얼굴들
불을 만지면서 질겅질겅 어두운 생고기를 씹으면서
남은 감정, 남은 피를 뺐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1년 6월호
1966년 충북 청주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수학과 졸업
1992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공원』 『오렌지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동화 『상상력 학교』
2006년 눈높이아동문학상, 제10회 박인환문학상, 제8회 이형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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