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른팔에 눕는 나무 / 김경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24회 작성일 16-01-15 08:59본문
내 오른팔에 눕는 나무
김경주
자꾸만 키가 줄어서 누워있다
아주 먼데서부터 걸어오는 나무가 있다고 한다
문 앞에 와있는 나무를 떠올려본다 주머니 속의 나무들을 만지다가
오늘은 한 동작에서 줄어드는 몸무게를 생각한다 한 동작에서 사라지는 토끼들을,
나무는 방으로 들어와 내 오른팔에 눕는다
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물컵은 차분한 해안선을 만든다 기차는 모래를 흘리며 달린다 기구는 멀리 사라지고, 뱀은 바위틈에 돌가루들을 모은다
나는 방금 생긴 먼지 같아서, 작은 햇볕에도 눈이 부셔, 내 키는 방금 생긴 먼지 같아서, 희미한 벌레들이 방으로 기어온다. 내가 차가워지면 줄어들기 시작하는 벌레들
그래서 나무는 나에게 잎을 피운다.
2003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2009년 제2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2009년 제17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2009년 제3회 《시작》문학상 수상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시차의 눈을 달랜다』 『고래와 수증기』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