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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르 본주 /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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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85회 작성일 16-01-18 08:53

본문

 

나자르 본주

 

이병철

 

 

   죽어본 적 없는 네가 죽음의 온도를 내게 내밀 때 발가락부터 턱밑까지 얼음이 얼었지 뺨을 바닥에 대고 눈꺼풀로 헤엄치면 오직 한 가지 병(病)만 앓을 수 있었네 약속을 구걸하는 얼굴, 마두금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통증의 동심원으로 저녁을 빨아들였어​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것들이 내일의 바다를 미리 끌어와 더럽힌다 푸른 홍채에 소용돌이치는 낯선 조류를 어떻게 감당하지? 시선을 고정시키면 하나의 상(像)만 볼 수 있는데, 동공에서 심해의 물소리가 난다​

 

   누워서 너를 지켜본다

   지구에 떨어진 최초의 빗방울 같은 각막으로


   어떤 날카로운 빛도 나를 통과해 네게로 굴절될 수 없다 깜빡이고 나면 네가 없을까 봐 오랫동안 악귀의 몸을 빌려야 했던 나의 불치(不治), 죽지 않을 만큼의 병명들로 서로를 부르던 어제의 착란

 
   눈을 떴는데 네가 보이지 않아

   오늘은 아무 것도 보지 않기로 한다

 

 

  ​* ‘악마의 눈’을 뜻하는 이슬람 신앙의 부적. 터키인 등 무슬림들은 나자르 본주가 지닌 강력한 힘이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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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서울 출생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2014시인수첩시 등단

2014작가세계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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