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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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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7회 작성일 22-05-10 14:12

본문

인연

 

  이사라

 

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지

처음에는

없는 것이 생겼다가

다시 없어졌다가

그래도 남아 있는 모래언덕처럼

우리는 조용한 모래 꿈꾸는 모래였지

 

고요한 곳에서 혼자 멈춰 있던 고운 입자

바람과 만나야 살아나서

둘이어야 춤추게 되어서

그러다가도

또 바람 때문에 모든 것이 부서져서

오랜 시간 속에서 곱게 다듬어져

안 보이는 손에 의해 의미를 가지다가

바람과 모래의 인연이 우리를 여기로 불렀지

 

이렇게 함께 겪는다는 것이

또 어렵사리 처음이 되는 것이지

이사라 시집,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문학동네, 2018)


 

 

서울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8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히브리인의 마을 앞에서』『미학적 슬픔』『숲속에서 묻는다』
『시간이 지나간 시간』『가족박물관』』『훗날 훗사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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