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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다 오래 /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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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4회 작성일 22-05-18 15:36

본문

나 보다 오래

 

  김언희

 

 

발톱을 깎는다, 나는

동물

발톱이 있고

한 번도 써 먹어보지 못 한 발톱이 있고

내 발가락에서 길어 나오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발톱이 있고

죽은 다음에도 길어 나올 발톱이 있고

동물, 그 밖에 나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동물은 나보다 오래

살 것만 같아

더 이상 발톱을 깎아 주지 못하게 된 다음에도, 동물은

텅 빈 집에서 저 혼자

발꿈치의 각질을

뜯어 먹으며

나 없이

나보다

오래 

 

김언희 시집, 보고 싶은 오빠(창비, 2020)



kimonhee-180.jpg

 

경상대학교 외국어교육과 졸업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트렁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 『요즘 우울하십니까』 『보고 싶은 오빠』등

2004년 박인환문학상 특별상, 2005년 경남문학상, 2013 이상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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