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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생각했다 / 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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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0회 작성일 22-05-23 13:46

본문

새를 생각했다

 

  김 윤

 


발가락뼈가 부러졌다

목발을 짚고

깁스한 발을 바라보면

거대한 거미줄에 걸린 느낌

거미줄은 반짝이고 질기고

단단하게 조여 와서


새가 되고 싶다고

물고기가 되고 싶다고

다른 종들의

날개와 지느러미와

닭의 가느다란 발목을 생각한다

지네의 발같이 많아서 쓸쓸한

마음 속 수많은 발가락들을 생각한다

살면서 수없이 골절된

아픈 내 지네발들이

툭툭 떨어져 흩어졌다가


파랗고 어린 뼈들이

추운 저녁 서툴게

회반죽으로 내 상처를 싸맨다

한 발을 절뚝이며

도움닫기 하는

까마귀의 아픈 발을 본 적 있다


계간 미네르바2022년 봄호




kimyoon-150.jpg


전북 전주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붕 위를 걷다』 『전혀 다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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