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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고물상 / 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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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9회 작성일 22-05-30 14:04

본문

만석고물상

 

  임성용

 


만석고물상 고철더미 구석에는

중고 기계들이 우두커니 서 있다

저 공룡처럼 생각을 잃은 것들

탱크가 부서지고 관절이 꺾인 것들

프렌지가 뜯긴 뻥 뚫린 눈으로

멍하니 발톱만 내려다보고 있는 것들

시커멓게 녹물이 흘러 뜨거운 핏줄을 지운 것들

아니, 상처가 나도 피를 흘릴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는 것들

울음조차 눈물조차 굳어진 것들

기름 찌꺼기를 고름처럼 껴안고

살아있는 마지막 숨을 거두고 있는 것들

그 기계들 옆에 가만히 서 있으면

롤러 돌아가는 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리는 것 같아

프레스 이빨 찍는 소리가 쾅쾅 고막을 때리는 것 같아

가슴이 뛴다, 공장 나온 지가 벌써 오 년 째

나도 모르게 가슴 속 유압유가 벌컥 차오른다

저 기계들이 내 그리움을 빼앗는 수단이 되지 않는다면

애인과도 같이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사랑할 수 있다면

그러나, 저 포악한 육식공룡 같은 것들

고철로 용광로에 들어갈 때까지 인간의 꿈을 모르는 것들

아직 포장이 뜯기지 않은 기계들마저

버젓이 고물상에 팔려와 있다.

 

―《문장웹진20058월호



임성용.jpg


1965년 전남 보성 출생

2002년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집 하늘공장』 산문집 뜨거운 휴식』 

1회 조영관 문학 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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