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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 / 이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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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5회 작성일 22-06-0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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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

  이나명

 

왜가리가 물속에 두 다리를 담그고 멍청히 서 있다

냇물이 두 다리를 뎅강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왜가리가 빤히 두 눈을 물속에 꽂는다

냇물이 두 눈알을 몽창 빼가는 줄도 모르고

왜가리가 첨벙 냇물 속에 긴 부리를 박는다

냇물이 제 부리를 썩둑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두 다리가 잘리고 두 눈알이 빠지고 긴 부리가 잘린

왜가리가 퍼드득 날갯짓을 하며

하늘 높이 떠오른다

아주 가볍게 떠올라 하늘 깊이

온몸을 던져 넣는다

냇물도 하늘로 퍼드득 솟구치다

다시 흘러간다

  

시천지 동인 시집, 달을 먹은 고양이가 담을 넘은 고양이에게(시인동네, 2022)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금빛새벽』『중심이 푸르다』『그 나무는 새들을 품고 있다』
『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조그만 호두나무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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