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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건 / 양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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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90회 작성일 22-06-15 20:55

본문

스모킹 건

 

  양우정

 


배후를 밝혀내기 전

빗나간 의도가 명치 끝을 스칠 때

눈알이 허공을 훑다 깜빡이는 찰나의 순간을 조심해

 

가령

조심스럽게 뒤꿈치를 들고 나가려다 새장 속 새를 보거나

팔레트 속 굳어버린 색색의 초상화를 발견할 때

눈을 마주치지 마!

새가 눈을 쪼거나

초상화가 말을 걸어올지 모르니까

그럴 때

목을 빼고 넣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알게 될 거야

 

치킨게임을 좋아한다고 했었지

바깥은 안보다 늘 시끄럽다는

시차 때문이라던 너의 말

그렇다고 운을 믿지는 마!

뫼비우스의 띠는

한번은 벗어나지만 두 번째는 제자리니까

 

풀과 나무는 더는 너를 읽지 않아

부푼 페달을 밟는

질긴 혐오는 위험하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

연기가 코앞에서 사라지기 전

위험한 자작극임을 자백하라던 말

기억하지

활자의 근황 따위 관심 없다던 네가

소문이 무성한 활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브리핑룸을 지나지 말라는 경고

잊은 건 아니겠지

확률 게임 속

블랙박스는 언제나 웃고 있다는 것

잊지 마 

 

2022년 계간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공모 시부문 우수작 




 

1964년 서울출생

2017년 시마을 문학상 대상 수상 

2022년 계간 시와산문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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