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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의 춤 / 이장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50회 작성일 22-06-15 21:02

본문

술의 춤

 

   이장희

 


입술을 훔친 마이크

입술에 대롱거리는 공손한 말들

시선의 목덜미를 잡아 못을 박으려는 눈빛

한눈파는 시선을 말의 꼬리로 휘감는다

눈동자는 입술이 되어 수다를 떤다

힐끔거리는 발걸음에게 수갑을 채우는 입술

입술은 자신의 치맛자락을 자주 들추어낸다

그녀는 말의 그림자를 꽉 붙들고 있다

탱글탱글한 풍선들은 그녀를 호위하고

정오를 붙들던 시곗바늘이 뚝 떨어지면

축축 늘어진 입술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립스틱을 꽉 물고 있는 그녀의 커피 잔

목소리에 반창고라도 붙일 것 같다

외줄을 타며 넘나들고 있는 말과 말

뒤엉킨 말만 나오면 입술을 돌돌 말고

능숙한 말솜씨로 하이힐 굽을 꺾어버린다

매장엔 발자국으로 만든 모자이크

말 한마디에 바람의 옆구리가 흔들린다

쓸데없는 말은 모아서 모닥불에 태워버리고

눈웃음이 촉촉하게 젖을 때까지 이어지는 말

입술의 허리는 더욱 날씬해져 탄력을 받는다

마이크가 립스틱을 다 핥아먹을 무렵

축 처진 말의 뒷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매장에 달라붙은 저녁노을

면도날에 베인 목소리를 붙잡는다

늦은 밤이 돼서야 발바닥에 박힌 압정을 뽑아낸다.


2019년 계간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공모 시부문 우수작


 


 

2019년 계간 시와산문신인상 수상

 

추천3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천합니다
비판과 비평을 좋아합니다
위의 시는 어느 하나 모자라지 않습니다
창작의 향기에서 뵙는 과거의 시와 큰 낙차이거나 거리이거나
읽을 때마다 신선하네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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