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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 / 정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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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53회 작성일 22-06-17 13:40

본문

우체통

 

    정민기

 

 

우체국 계단 옆, 사계절 내내

물들어 누굴 기다리나

가까운 항구 짠 내 나는 바람에도

아득한 몸부림 없이 매운탕 한 그릇 비우고

나오는 눈빛인들 가녀린 이쑤시개만큼

그와 나 사이에 그리움이 음식물처럼 낄까

채우는 손길 적어도 하루하루 비워야 하기에

사거리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단풍이 곱게 물든 낙엽

새 떼처럼 날아오르고 싶어도 겨우

흉내만 내다 만다

빗방울을 싣고 뭉게뭉게 이동하는 구름 화물차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처럼 그리운 우체통

우체국 계단을 오르려다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잔잔히 들려주는 붉디붉은 이야기 들어준다

출렁거리는 푸른 청바지 이제 벗어버리지 못해 

철 지난 어부의 인생이 노을빛으로 물든다

그의 눈동자에서 별똥별 한 방울 흘러내린다





1987년 전남 고흥 출생
2008년《무진주문학》동시 부문으로 등단
동시집『바람의 축구공』『구멍가게 구멍 막기』
『사랑해! 라는 벽화』등
시집『한반도의 휴전선이 독일의 베를린 장벽에게』
제8회 대한민국 디지털 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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