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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은 사미인곡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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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3회 작성일 22-06-23 14:54

본문

가벗은 사미인곡

골못* 팬션의 소나무

  

   김진수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노래가 애달프다

비밀은 비밀이었다 공공연한

비천(飛天), 막 용트림 하려는 찰나에 명()이 닿았다

파릇하던 시샘이 빨갛게 익은,

짐짓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변한 감나무

누대에 걸쳐 잎은 무성하고

썩은 옹이에 민들레 한 포기 품었다

역심이라니?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아는

, 네와 땅은 입 닫았고

우매하고 용렬한 하늘 이때다 싶었는지

살가죽 벗기어 저자거리에 내세웠다

한 점 부끄럼 없기에

만 사람의 시선에도 꼿꼿하고 당당하였다

짝사랑한 송악넝쿨

도드라진 아랫도리 수줍은 듯 감싸오르고 발그레 졌다

()는 말보다 행()이거늘

하늘은 알면서도 어찌하여 눈 감았을까?

이제나 저제나 기다림은 골못에 비췬 그림자 같아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용서는 아픈 자의 몫 옹이진 마음 도려내니 그림자 짙어졌다

다소곳이 허리 굽혀

체념한 듯 읊조리는 윤슬 일렁이는 가락은

누구를 향한 노래인가?

탄주하는 바람 제 흥에 겹다

아침나절 투신한 해 희롱하며

신화처럼 노니는 물총새 한 쌍 더없이 정겨워라

운 띄우고 화답하는 동그란 연서에

몸 비트는 수련만 붉더라


  *경북 경산 자인에 있는 저수지. 완제지라고도 함  

 

출처 : 시마을 동인의 시 게시판



 

강원도 주문진 출생

2016년 시와세계》 등단

시집으로 설핏(정문출판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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