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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삶 /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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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0회 작성일 22-06-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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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삶


  이장욱

 


막이 내려올 때는 조용한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후의 해변이나

노인의 뒷모습 또는

혼자 깨어난 새벽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말의 눈을 찌르는 소년이었다.

요한의 목을 원하는 살로메였고

숲을 헤매는 빨치산이었다.

세일즈맨이 되어 핀 조명이 떨어지는 무대에서

독백을


여러분, 인생에는 기승전결이 없다.

코가 큰 시라노는 여전히 편지를 쓰고

빨간 모자를 쓴 늑대는 밤마다 문을 두드리고

맥베스는 예언에 따라 죽어가는 것


추억에 잠겨 혁명을 회고하는 자들은 이미

혁명의 적이 된 자들이지.


겨울 다음에는 가을이 오고 가을 다음에는

영구 미제 살인 사건이 시작된다.


우리는 결국 바냐 아저씨처럼 쓸쓸할 거예요.

고도를 기다리며 영원히

벌판을 떠돌겠지요.

자책하는 햄릿과 함께


드라마틱한 삶이란 출장 일과 두 시간짜리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인데

카라마조프는 검은 피와 택하신 자들이라는 뜻인데

인형의 집에서는 드디어 노라가 뛰쳐나오고

에쿠우스의 주인공은 자신의 눈을 찌르며 외친다.

머리가 열 개인 말들이여, 눈이 백 개인 말들이여, 반인반마의 신들이여!


붉은 막이 등 뒤로 내려오자

나는 배꼽에 두 손을 모으고 깊이 몸을 숙여

인사를 했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객석의 어둠 속에서 모자를 깊이 눌러쓴 살인자가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간 문학과 사회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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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서울 출생 
고려대 노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내 잠 속의 모래산』『정오의 희망곡』『생년월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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