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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생각하면서 미끄럼을 타요 / 최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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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4회 작성일 22-06-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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픔을 생각하면서 미끄럼을 타요


  최서진

 

 

슬픔을 생각하면서 미끄럼을 타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해바라기가 많아서

나와 미끄럼틀은 고독합니다

 

세계는 기울어져 있어 어지러워요

나는 해바라기의 불행을 품고

미끄럼틀 위에서 잠이 들어요

 

눈을 감았다 떴는데 눈썹이 지쳤나 봐요

미끄럼틀 위에서 손톱을 깨무는 기분을

수국水菊은 알까요

 

짙은 어둠으로 출몰하는 괴물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부터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어요

 

슬픔을 생각하면서 미끄럼을 타요

꿈꾸듯이 떨어지는 기분을 알 것도 같아요

내 귀에서 어제의 미끄럼틀이 흘러나와요

 

다른 놀이터로 미끄럼틀이 사라질까 봐

유랑극단처럼 미끄럼틀이 나를 떠날까 봐

혼자 발가락을 만지며 미끄럼틀을 타요

 

슬픔은 왜 미끄러진 후에야 보일까요

 

계간 시와 사상2022년 봄호 



최서진.jpg


충남 보령 출생

2004년 심상》 등단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 『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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