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너는 낙타 / 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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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건너는 낙타
강영환
가슴을 열고 물을 퍼냈더니 바다가 사막이 되었다
출렁일 일도 없이 문을 열고 나서면 어쩔 것인가?
새가 되고 싶은 물이 먼저 떠났다
바다가 빠져나간 몸에서
모래 가득한 발자국을 신고 오아시스를 찾아 간다
가슴을 열고 모래를 퍼내어도 사막은 바다가 되지 못한다
사막이 된 낙타가 바다를 건너간다
바람을 입고 모래언덕을 넘어간다
모자를 쓰지 않아도 강한 햇살을 피할 수 있다
길 끝에 빛나는 신기루는 없다
눈꺼풀을 닫고 몸 안에 어둠을 들인다
사해四海를 건너오며 삼킨 소금이 눈을 간한다
낙타는 가슴에 모래를 품고 사는 미라다
언제쯤 모래를 퍼내고 출렁일 수 있을까?
―웹진 《같이 가는 기분》 2022년 여름호

경남 산청 출생
동아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1979년 《현대문학》 천료
시집 『울 밖 낮은 기침소리』『붉은 색들』 등
산문집 『술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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