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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게 / 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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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70회 작성일 16-01-22 09:50

본문

 에게

  

  박용하

 

  그 개울 바닥에 있는 돌은

  그 개울 바닥에 있는 게 가장 낫다는

  평소 내 생각을 어기고

 

  못생긴 보살 같기도 하고

  못생긴 미인상 같은

  조약돌 하나를 업어 집으로 들이고 말았다

 

  가끔씩 눈도 주고

  손도 주고 하지만

  신경 끄고 지내는 날이 훨씬 많았다

 

  다시 갖다 놓을까 하다,

  내가 인간이라는 걸 알았다

 

  돌의 권리

  돌이 돌일 권리

  돌이 있어야 할 곳에 있을 권리

 

  나의 권리

  내가 나일 권리

  내가 너가 아닐 권리

 

  돌이 금이 아닐 권리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있어야 할 권리

  조용히 둬야 할 권리

 

  그걸 어기고 기어코

  네 몸에 손을 대고 말았다

 

  도로 갖다 놓을까 하다,

  내가 동물이라는 걸 알았다

 


parkyongha-140.jpg

1963년 강원 강릉 출생
1989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나무들은 폭포처럼 타오른다』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견자(見者)』『한 남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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