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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비누 / 임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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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6회 작성일 22-07-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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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비누

 

  임경섭

 

 

  나카타는 목욕을 할 때마다 신혼여행지에서 산 비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의 고향에선 볼 수 없던 대리석 문양의 비누였다


  나카타는 목욕을 할 때마다 신혼여행지에서 산 비누를 바라보며 그곳의 짙푸른 해안선을 한참이고 떠올렸다 그곳은 시간을 두고 촘촘히 흘러내린 비누의 마블링 같은 섬들로 가득했다

 

  나카타는 목욕을 할 때마다 신혼여행지의 해안선을 떠올리며 여행가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했다 비누 하나 다 닳을 때까지 여행을 기억할 수 있다면 자신은 충분히 여행가가 될 자격이 있다고 나카타는 생각했다


나카타는 목욕을 할 때마다 여행가가 될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신혼여행 말고도 변변한 여행 해본 적 없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고민했다 한번도 홀로 떠난 적 없었으므로 자신의 꿈이 아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고 나카타는 걱정했다

 

  나카타는 목욕을 할 때마다 아내 없이 이룰 수 없는 꿈에 대해 고민하며 욕실 나무 선반 위의 비누를 바라보았다 비누는 몸집이 부쩍 작아져 있었지만 아내는 살아 있는 한 닳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나카타는 안도했다

 

  그리하여 나카타는 목욕을 할 때마다 닳아 없어지지 않을 아내를 생각하며 아내만큼 소중한 크로아티아 비누를 매만졌다 아낄수록 비누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임경섭 시집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창비, 2018)



11.jpg


1980년 강원대 원주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8년 <중앙신문학상당선

시집 죄책감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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