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한다 / 박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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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16회 작성일 16-01-22 10:00본문
나는 말한다
박판식
인생은 발걸음이 빠르다, 화요일에는 엉터리 같은
결심을 하고 금요일에는 이 킬로그램쯤 살을 찌워서는
물방울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그 결심에 구멍을 내고 있다
마음은 사물이 아니다, 그런데도 구멍이 난다
이이는 사, 삼삼은 구, 사사 십육
아무런 문제 없는 인생은 우리를 속이는 거라고 이 친구야
삼 개월 감봉당한 친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목 아래로 흘러내린 양말을 당겨 올린다
곧 눈이 내릴 것만 같다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죽는다
굴다리 아래로 걸어들어간 외삼촌은 갑자기 파산했고
내용 없는 엽서가 사무실로 배달되었다
무엇인가가 이 세상에서
당신과 나를 놓지 않고 있다
그 못은 대체 어떻게 생겼는가
착오라도 있었다는 듯이 눈은 내리자마자 녹아버린다
바람이 눈을 밀치고 행인과 입간판을 차례로 밀친다
떠밀린 채로 문이 열리고 다시 문은 열리고
1973년 함양 출생
200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2003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시집 『밤의 피치카토』『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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