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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가 떨어뜨린 귀처럼 나란히 앉아 / 김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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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0회 작성일 22-08-08 20:54

본문

리는 서로가 떨어뜨린 귀처럼 나란히 앉아

 

   김중일

 

 

이상야릇한 입김을 따라

거위털 같은 함박눈이 날리는 날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는

어젯밤 떨어뜨리고 간 귀를 주우러 왔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거위와 나는

서로가 떨어뜨린 귀처럼 나란히 쪼그려 앉아

언 강 바닥 밑으로 흘러가는

구름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거위는 몰래 나를 줍고, 나도 거위를 주워

어깨 겯고 나란히 앉아 서로의 숨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는

흰 북처럼 공중에 내걸려 있는

구름을 찢을 모서리를,

우리 머릿속에 박혀 잡념을 조각하는

가장 날카로운 모서리를 찾고 있었다

나는 졸고 있는 거위를 내 무릎에 눕히고

깃털 속에 숨겨진 거위의 귀를 찾고 있었다

얼음송곳에 푹 찔린 듯한 그곳을

 

어느새 속속 모인 나와 거위와

바람과 나무와 물고기와 뱀과 개와 코끼리가

서로가 서로의 떨어진 귀처럼 나란히 웅크려 앉아

서로를 버리지도 그렇다고 선뜻 줍지도

못하고 시시덕거리고만 있었다

히잡을 털듯 돌아서서 귀를 터는 코끼리와

급기야 제 날개가 사실 귀였다고

주장하는 늙은 거위의 마른 울음을 틈타

누가 내 찬 귓불을 한참 만지다 가는 밤

 

대체 우리가 커다란 귀를 찾았다는 것은 무엇일까

귀라는 것은, 안으로 자란 뿔일까

머릿속에 박힌 허공의 뿔일까

코뿔소처럼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달려온

허공의 뿔이 내 머리통을 들이받고

순식간에 두개골 속으로 파고들면서

그 속에 숙변처럼 가득 들어차 있던 몽상의 살점들이

밖으로 나선형으로 밀려나온 것일까

 

우리는 거대한 고막처럼 언 강가에서

각자 귓등에 꽂아 두었던 마지막

한 개비의 담배를 천천히 태웠다

구겨진 휴지조각처럼 여전히 내 머리에는

버젓이 두 귀가 달라붙어 있다

 

월간 현대시(2022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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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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