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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 한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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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64회 작성일 22-08-08 21:02

본문


소리

   한상신

 


불을 켜니까 발목이 번진다

나는 어깻죽지 툭툭 털며 빗소리를 벗는다

늘 먼 곳에서 검은 마스크를 쓰고 오는 빗소리

신발장을 열고 빗소리 닫고

 

비에 젖은 운동화 뒤축이 어둡다

운동화 끈을 잃고 끈구멍이 사라지고

빗소리 몇 모숨이 실종되고 있다

미리 젖고 있는 어둠

푸른곰팡이 포자같이 번지는 어둠


발뒤꿈치를 조금 들어 올리는 빗소리


빗소리는 좀처럼 개체수가 줄지 않는다


재봉틀 같기도 하고 탁상시계 같기도 하고

연통 같기도 하고 무슨

가재도구 같기도 한 푸른곰팡이들로

빽빽한 오후 여덟 시


신발장 안에서 빗소리들이

켤레켤레 깊어지고 있다

신발장 앞에선 외딴 신발 한 짝의

어둠이 또 고요히 번식하겠다

 

 

계간 시산맥2020년 신인상 수상작

 




2020년 계간시산맥》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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