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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 /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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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6회 작성일 22-08-15 21:11

본문

수련회

 

  이병철

 

 

사람이 사람에게 기대는 모습으로

나무들이 쌓여 갔다

기름 냄새가 떠도는 강가에서

우리들은 손을 이어잡았다

 

이름표를 목에 걸고

누군가는 형광 조끼를 입고

호루라기 소리를 내면서

불이 타올랐다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노래를 부르고

다시 거꾸로 돌면서 축복해, 말하고

나무들이 무너지는데

불은 자꾸 커지기만 했다

 

우리들이 만든 원에는 출구가 없었다

이십 대 초반의 청년부 회장이 입구에 서서

원을 벗어나려는 동작들을 제지했다

회원들의 그림자가 멀리 강물에 닿았다

 

불은 얼굴들을 비추고 꺼뜨리고

두려워하는 표정을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두려워하게 됐을 때

우리들은 죄를 말해야 했다

말하지 않으면 불 속에서 그가 고통받기 때문에

 

미워했다고 말하자 나무가 무너졌다

저주했다고 말하자 누군가 울기 시작했다

불 앞에선 더 솔직해야 한다고

꽉 잡은 손이 더워 놓고 싶었지만

우리들은 서로에게 기대면서 무너졌다

 

가장 어두운 죄만큼은 불에 비치지 않게

고개를 숙여 그늘을 만들면서

마음을 속여 기도를 만들면서

눈물을 흘릴수록 불이 커졌다

 

회장의 죄가 무엇인지 잘 듣지 못했다

내내 울고 내내 소리치는

그의 안경에는 불이 두 덩어리나 타고 있었다

죄보다 긴 그림자는 없으므로

우리들의 얼굴은 밤새 환했다

 

손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뺨이 뜨거운 이유를 알아야 했다

형제 안에서 영광을 보네

자매 안에서 존귀를 보네

우리들이 원 안에서 불에 타고 있었다

서로의 안에서 무너지며 소리치고 있었다 

 

웹진 비유202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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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서울 출생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2014년 시인수첩》 시 등단

2014년 작가세계》 평론 등단

시집오늘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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