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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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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35회 작성일 22-08-19 20:47

본문

여름 밤

 

   이영광


 

조치원 내창천 곁 침침한 돼지 목살 집엘 들어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선풍기에 손을 얹은 채

주인에게 말대답을 하고는 내려다보니,

낡은 선풍기, 헤드엔 덮개도 없이 강풍으로

맹렬히 돌고 있더라고. 주인이 한마디 더 하고

내 손이 몇 센티만 아래로 미끄러졌다면 피범벅

됐을 거야. 놀랐어, 놀라긴 했는데 고기를 구우며

늦는 학생들을 기다리면서도, 어떻게 사람들

드나드는 길목에 저걸 덮개도 안 씌우고

틀어놨는지 이해가 안 되고, 저러다 누가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주인은 대체 무슨 경을 칠 건가

싶어서, 일어나 그 선풍기 꺼버리고 자리로 왔다.

고기가 알맞게 익자 도착한 학생들에게 선풍기

얘기를 하며, 어떻게 사람들이 저렇게 무감각,

무신경할 수 있느냐고, 목살이 목에 걸린 듯 연신 얼굴을

찡그렸다. 두 학생도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러다

건너다보니, 그 선풍기 또 웽웽 잘만 돌아가고 있고,

밤은 후덥지근하기만 해서 서둘러, 이차 가자며 먼저

일어섰다. 저 집엔 다신 안 간다, 술기운 누르며

비틀대고 있자니, 조만간 어디 농가 주택 구해 텃밭

일구며 살자던 다짐이며, 몸 부려 땀 흘리고 사는

꿈인지 현실인지가 생각났다. 손가락 없는 손으로

어쩔 뻔했나? 아니, 왜 나는 내 잘린 손가락들은 잊어먹고

선풍기 걱정만 늘어놓았나? 살 만큼 산 건지 철딱서니

없는 건지, 알 듯도 모를 듯도 하던 한여름 밤이었다. 

 

웹진 비유20221월호


 

 

leeyg.jpg

 

경북 의성 출생
고려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98년《 문예중앙》 등단
시집으로 『직선 위에서 떨다』『그늘과 사귀다』『아픈 천국』
『나무는 간다』끝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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