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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 권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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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23회 작성일 22-08-25 21:25

본문

부활

 

  권기만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자 완벽한 치료법이라며

클론에 영혼을 옮기겠단다 안정화까지 하루가 지나자

팔에 찍힌 행성여행 일주권으로 지구를 돌아보란다

내 앞으로 이체된 사이버머니를 확인해보니

신분 증명에 특별가석방이 떠 있다

 

AA 클론으로 인간을 살아간다는 게 특별가석방인 모양이다

살갗을 쓰다듬어보니 은초롱꽃 한 송이 피어난다

늦은 오후 한 칸을 날아놓은 새 한 마리 날고 있다

 

인간이었던 종족은 휴양지로 몰려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노동은 휴머노이드가 서비스는 클론 담당이라고 알려준다

프로그램된 표정인지 왠지 척박하다

 

클론은 회색 옷을 인간은 하늘색 옷을 입는다

어디로 숨어버린 것인지 인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구백 년이 흐른 뒤의 세상은 늘어난 수명만큼

행성 이주라는 험난한 도전을 만들어놓은 것 같다

 

주문한 대로 깨어나긴 했지만 비루한 영혼이 된 것을

실패작이라고 투덜거릴 때 진짜 인간을 만났다

하늘색 가운데로 그어진 회색 한 줄을 통해 인간과

클론의 합작품인 걸 연민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화성으로 이주한 신인류들은 강철보다 단단하다며

부활에 빌붙은 허약한 내 몸을 한참 보듬어준다

 

차가워진 피로 살기 싫어 지구에 남았다는 그

어디든 갈 수 있는 클론이라 특별가석방이라며

인간족이 모여 사는 티티카카에도 한번 가보라 한다

99번 게이트에서 페루행 행성버스에 올라타니

내 손을 잠시 스쳐 간 갈대바람이 세차게 흔들린다

 

계간 상상인2022년 여름호


 

05-1.jpg


경북 봉화 출생

2012시산맥으로 등단

시집으로발 달린 벌』 

4회 월명문학상7회 최치원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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