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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적 혼종 / 진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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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83회 작성일 22-08-28 21:39

본문

20세기적 혼종

 

  진수미


 

  누아르의 총구가 향하는 곳이 있다. 받은 대로 돌려주리라. 시꺼먼 감정이 몸서리치며 불을 뿜는다. 범인은 당신이었어! 탕탕

 

  SF가 가리키는 미래 혹은 가상의 시간을 보라. 아파트 중앙난방 시스템처럼 도시의 중앙 기억 α60은 홀로 생각하고 홀로 말하고 홀로 트림한다. 우리의 불행은 세계가 현실이라는 것, 나의 불행은 내가 α60이라는 것,*(꺼어억)

 

  누아르와 SF의 뒤섞임. 거기서도 여성은 언제나 도구다. 죽음의 도구 일상의 도구 계몽의 도구. 바깥에서 온 사내는 고작 한 개비 담뱃불을 밝히면서 프로메테우스 흉내를 낸다. 당신에게 불을 붙여주려고 6,000km를 달려왔소.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어느 날 밤 당신은 그것 때문에 죽지.


  누아르와 SF의 뒤섞임. 과거와 미래의 착종을 본다. 시간이란 나를 만들고 있는 물질이며, 나를 데려다주는 강이다(꺼억) 나를 파괴하는 시간이여, 그것이 바로 나의 이름이다.


  알파빌이라는 도시가 있다. 안나 카리나는 기획과 기억부서 프로그래머다. 그녀는 20세기 파리의 최첨단 기능주의 건축물 계단을 오르내린다. 어둠의 끝으로 가려는 사내의 손을 잡는다. 그의 팔이 안개를 뚫고 솟아난 빛이라 속삭이지만, 아름다운 건 그녀다.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난다. 도시를 빠져나와도 그녀는 영원히 알파빌 주민으로 기억된다.

 

 *알파빌 Alphaville1965, 장 뤽 고다르

 

월간 현대시20228월호


진수미.jpg


1970년 경남 김해 출생

서울시립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97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달의 코르크마개가 열릴 때까지』 『밤의 분명한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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