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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센트, 혹은 찬란한 빛의 구멍 / 이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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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4회 작성일 22-09-19 19:54

본문

콘센트, 혹은 찬란한 빛의 구멍

 

   이가을

 

길이 된 그 빛만이

광활한 부피의 어둠을 해체시키지

어둠을 이기는 빛

 

방을 가로지르는

벽과 벽 사이 위대한 세계로 가는

출구를 보고 있어

 

이 밤 압축된 고농도의 빛을

충전해

 

몸을 열어

부패하지 않은 빛을 저장해

 

나를 살리는 빛

온 힘을 다해

 

세상을 밝히는 소금이 되고

어둠을 건너는 빛이 된다면

좋아

 

벌레들 윙윙 울어 대는 밤

 

어둠의 그물을 쓴 산동네에서

고개 숙인 산이마 아래

 

잃어버린 사랑의 주소는 어디쯤인가

뒷굽 닳은 구두를 벗고 생각해

 

당신의 집 쪽창 닫은

그 집 열고 싶어

 

환하게 불 밝혀 준다면

집 앞 골목길 환하도록

 

열어 두면 좋아

 

계간 문예바다(2020년 겨울호)

 



leegaeul-140.jpg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2004년 문예진흥원작가기금수혜
시집으로 『봄, 똥을 누다』『저기 꽃이 걸어간다』『수퍼로 간 늑대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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