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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극 / 이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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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79회 작성일 22-09-29 11:02

본문

무언극

 

  이석구

 

 

햇살도 버겁게

틈새 비집는 우거진 숲

천상의 춤을 재현하듯

작은 다람쥐 하나가 폴짝 날아올랐다

 

하늘의 빛은 무대 바위를 영롱하게 장식하고

깊게 드리운 어둠의 벽 너머에서

통 튀어 오른 다람쥐는

작은 풀과 나무와

그리고 주변을 배회하는 살랑이를 관객 삼아

말 없는 연극을 시작하였다

 

그대 사랑하오

살아가면서 우리

그 영혼 없는 말이 무에 그리 필요한가

적적함을 닦아주는 당신의 손길 하나 표정 하나가

저 깊은 고독의 심연에서

나를 더욱 흐느끼게 하는 것을

 

낮도 밤 같은 곳에서

솔바람 선창으로 떨림을 시작하면

흥에 겨운 산새들 좋아라고 조잘대고

이따금

발정 난 고라니, 멧돼지가 화음을 널 뿐

오롯이 적막하기만 한 숲

 

통하고 튀어 오른 다람쥐 한 마리가

황홀하게도 시방

나를 울리고 있다




 

충남 논산 출생

상상의 힘신인문학상, 이어도 문학상 수상

시집 초승달에 걸터앉아』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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