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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작가 /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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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09회 작성일 16-01-27 09:36

본문

  

망명 작가

 

  김경후

 

 

  새벽 세 시 책상엔 선인장 화분뿐


  영하 삼십 도 사막의 밤 냄새


  그것뿐

  망명자의 이름은 오역과 반역으로 번역될 뿐


  사막의 가문엔 고향도 이름도 상속자도 없지

  사막의 학풍엔 경전도 스승의 발자국도 없지

  찢겨진 모래 폭풍 한 장

  그것뿐


  선인장 발자국으로 모국어의 폭풍 속을 지나는 자

  망명자가 쓸 수 있는 건 의문부호와 가시뿐

  아무것도 쓰지 못할 것


  어디를 가도 아무 곳도 아닐 것

  아무도라는 물의 이름으로

  아무도라는 바람의 이름으로

  아무도라는 중얼거림조차 없는 곳에서 아무도


  사막으로의 망명도

  사막에서의 망명도 없이

  갈기갈기 찢긴 백지

  나의 모국어 위로 돋아나고 있는 사막 가시

 

 

lllk.JPG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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