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앞에서 / 문보영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 문보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9회 작성일 22-10-05 20:43

본문

횡단보도 앞에서

 

   문보영

 

 

  애인과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나 방금 영감이 떠올랐어.” 나는 옆에 있는 안경점을 보며 말했다. “뭔데?” 애인이 물었다. “세상의 모든 가방이 트렁크인 거야. 다른 형태는 없어. 지난번에 여기 같이 서 있을 때, 저 안경원에 들어가던 사람 있잖아. 안경점 밖에 캐리어를 덩그러니 두고 들어갔던 거 기억나? 갑자기 그게 떠올랐어.” “그 트렁크가 우리 것도 아닌데 괜히 우리가 불안했잖아.” 애인은 웃으며 화답했다. “방금 머릿속에서 쓴 시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트렁크를 들고 다녀. 출퇴근길에도 트렁크를 들고 다니고, 등산을 갈 때도, 수영장에 갈 때도,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도 트렁크를 들고 다녀. 그 세계에는 주머니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짐을 들더라도 트렁크가 필요해.” “…….” 신호등 불빛은 여전히 빨간 불이었다. 우리가 헤어지는 곳은 늘 이 앞이다. 나는 애인을 이곳까지 바래다주며, 그가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까지 손을 흔든다. 헤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관찰할 거리가 많았고, 그 덕에 나는 기괴한 시도 쓸 수 있었다. “, 결혼식 갈 때랑 장례식장 갈 때도 트렁크를 들고 가야 돼. 검은색이어야 하고. 그건 기본이지.” 신호등 불빛이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런 세상을 왜 만드는 거야?” 애인이 물었다. “뭐긴 뭐야,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지.” 나는 말하며 신호등을 가리켰다. 애인은 다음 데이트도 기대된다고 말하며 미소 짓고는 꼬리 달린 동물처럼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오늘도 애인을 보내주었다.

 

―《문장 웹진202210월호 

 


문보영프로필1_m (1).jpg

 

1992년 제주 출생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 당선

시집 『책기둥』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91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379 2 07-19
31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1 05-16
31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 05-16
31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1 05-16
31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1 05-14
31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1 05-14
31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1 05-14
31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 1 05-10
31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1 05-09
31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1 05-09
31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1 05-09
31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1 05-08
31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1 05-08
31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1 05-08
31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2 05-02
31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2 05-02
31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1 05-02
31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1 04-30
31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1 04-30
31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2 04-30
31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1 04-26
31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1 04-26
31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1 04-26
31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1 04-23
31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1 04-23
31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1 04-23
31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2 04-22
31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1 04-22
31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1 04-22
31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1 04-19
31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1 04-19
31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1 04-19
31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 1 04-16
31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1 04-15
31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1 04-15
31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1 04-15
31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 04-11
31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1 04-11
31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 1 04-11
31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1 04-11
31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2 04-05
31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2 04-05
31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2 04-05
31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 7 04-02
31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2 04-02
31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2 04-02
31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 2 03-27
31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1 03-27
31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1 03-27
31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1 03-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