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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 / 양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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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6회 작성일 22-11-10 20:36

본문

신문지


   양해기

 


사람들의 눈길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신문지를 반으로 접었다가 폈다가

그리곤 탈탈 털어내는

이 같은 행동을

지금 몇 시간째 반복하고 있는 사내

 

도서관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하고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사내

 

오래된 신문지 한 장에

그토록 털어야할 것이 뭐가 있다고

 

접었던 종이를

또 다시 펴고 털어내고 있을까

 

어떤 충격에

생각이 부러지자 표정마저 사라진 사내는

계속해서 낡고 빛바랜 신문을

접었다 폈다 털기를 반복했다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강제로 사내가 끌려 나간 후

그가 펼쳐놓은 신문지에는

 

몇 해 전 새벽

이 도서관을 나서던

여고생 뺑소니 사망 사고가 실려 있었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211월호


   


1965년 경북 달성 출생
경기대학교 졸업
200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4차원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내 몸의 주인이 아니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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