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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밀도 /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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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9회 작성일 22-11-10 20:37

본문

나비의 밀도

 

   서안나

 


나비를 접으면 헛꿈이다

꽃의 고요를 훔친 자

귀인(貴人)은 그렇게 온다

 

돌사자와 별을 어깨에 이고 이마에 두 눈을 그려

가시밭길을 뒹굴고 여린 것을 이끌고 병들고 쇠잔한 늙은이를 부축하고

 

회심곡을 부르면 쟁쟁 바라 소리가 나며 아픈 곳에 물병을 부어주며

 

돌 속에 두 다리를 묻은 용두관음

두 눈을 부처처럼 내리깔고 꽃에서 꽃으로 불의 필체로 허공을 채우는

 

나비는 모서리가 없다

나비는 한 번 죽은 마음

밤이 뾰족해진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211월호



1965년 제주 출생
1990년《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플롯 속의 그녀들』『립스틱 발달사』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
평론집『현대시와 속도의 사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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