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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바람소리 /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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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2회 작성일 22-11-13 19:49

본문

, 바람소리

  - 산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김정환

 


오 우리애들 아빠, 난데없는 불에 타 죽으며 얼마나 뜨거웠으리

죽음은 시간을 벗어나 수천만 년도 잠깐이겠으나

수억 년 후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니

기약도 없는 비명의 이별은 더 아뜩한 낭떠러지인 것이오,

벼락 같은 당신의 죽음으로 살아남은

나의 생 또한 살아남았달 게 없는 생이겠으나

당신이 떠난 자리 홀연 어지러운 세상이 되고

역사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된

자리로 내 몸 안에 들어서는 것이오,

죽은 당신의 의로운 명예를 되찾기 위하여

불타는 당신을 355일 동안 이 세상에 세웠으니

당신의 고통을 백 배 늘인 죄가 이 세상의 나에게 있겠으나

나와 우리애들은 라면 끓이는 생계의

곤로 불에도 당신의 아픔을 새길 것이고

많은 사람들한테 서울에 내린 백년 만의 26센티미터 폭설이

아무리 흩날려도 산발 같지만은 않을 것이오.

발이 푹푹 빠지지 않아도 우리가 태어나기 전 조선 역사의

시간은 저렇게 하얗소. 그렇소. 고통으로 아름답소,

고층아파트 창턱에 줄줄이 길게 얼어붙은

목숨도 당신의 죽음으로 아름답소. 비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소.

하나님이 있다면 그 절대의

주제를 변주하는 게 위대한 작곡가라 했고

그 변주를 다시 변주하는 게 연주자라 했고 언제쯤

정말 듣는다면

듣는 자의 연주는 가장 위대하다 했소.

당신이 바로 그 언제쯤이오. 남일당 바람 소리

, 여기 사람이 죽었다.

미래의 바람 소리 쉿,

여기 의로운 사람들이 죽었다, , 그 소리,

사람들에게 정말 들릴 것이오. 정말 널리 널리

퍼질 것이오. 가시오. 이제

편히 가시오. 이별의 물리 혹은 천문학이 아무리 슬프더라도.

가셔야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당신은 갔습니다.


김정환 시집, 거푸집 연주(창비, 2013)

 


ㅏ.jpg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0년 창작과 비평》 등단

시집으로 지울 수 없는 노래』 『해가 뜨다』 『거푸집 연주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地名)』 

8회 아름다운 작가상9회 백석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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