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얻어내는 하나의 방식 / 문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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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80회 작성일 16-01-29 10:41본문
구름을 얻어내는 하나의 방식*
문정영
물어도 답하기 어렵다
냄새 대신 그 자리에 어떤 구름을 앉혔는지
서로 모양이 다른 구름으로 그곳에서 만났지, 그러니까 우린 코가
먼저 만난 사이
몇 초 사이의 눈빛 교환만으로 페르몬을 감지한다
그건 눈으로 만날 때 쓰는 법,
살아온 방식이 몸에 있고, 몸에서 빠져나간 생활이 보이지 않아도
코는 속일 수 없다
어느 길로 돌아서 왔는지 신발의 흙냄새로 알고
어느 바람으로 왔는지 옷소매를 보면 안다
몸이 기울어 입술을 확인하는 것은 그 후에 생기는 일
코로 코를 만날 수 없을 때 그녀는 목소리로 만난다
목소리는 코에서 생긴 구름
촉촉하지 않을 때는 서로를 느낄 수 없다
목소리의 통음으로 어떤 구름을 썼는지 안다
나는 붉은 구름을 얻어내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
그녀와 나란히 저녁 햇살을 나누어 쓰고 있다
* 송종규 시집 <공중을 들어 올리는 하나의 방식>에서 빌려옴
전남 장흥 출생
88년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97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낯선 금요일 』『잉크 』『그만큼』 등
《시산맥 》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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