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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공법으로 지은 집 / 조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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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23회 작성일 15-07-15 08:54

본문

열공법으로 지은

 

 조정인

 

 

아침에 내다보이는 세계는 온몸이 동쪽인

유리구슬의 안쪽

 

공구함을 들고 조율사 A가 현관문을 들어선다

빛과 그늘로 덧댄 나의 하루는 늘 그가 필요하다

그가 애도 쪽으로 치통을 앓는 지구본을 슬쩍 돌리자

시간의 왼뺨이 파랗게 드러났다

 

금 간 알의 형식으로 ‘희푸른 별’의 자전을 따라 슬리퍼를 끌고

그를 배웅하는 집

 

귀를 대면 이 집이 세미한 누선으로 잇대 지어졌음을 안다

불빛에 비추면 껍질을 어른거리는 그림자는 팔 할이 불안이다

균열의 틈새로 새어나오는 낮은 한숨과 두런거림이 이 집을

반짝이거나 글썽거리게 한다.

 

거실 바닥에 우유처럼 흘려준 아침 햇살을 핥으며 나는

나날이 양육된다 양수 속에서 모차르트를 듣는 태아의

어둑한 달팽이관을 종일 무릎걸음으로 더듬기도 한다

 

집이 높은 모자처럼 뉘엿뉘엿 지평선을 떠간다, 알 속의 일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느릿하게 신중하게

 

고양이가 흘린 젖은 꽃들을 주우며 풀밭 쪽으로 발목이 깊어질 때

—안 돼, 그쪽으로 가면 슬픔의 옆구리를 밟게 돼

집이 서둘러 나를 불러 세웠다

 

물컹한 것에 대한 발바닥의 기억을 끌며 그날의 근심으로

충분히 부푼 둥그런 빵 앞에 돌아와 나는 쓴다:

태아를 염려하는 임부처럼 사려 깊은 나의 집

 

어떤 가대한 새가 실금 번진 알을 이곳에 낳아놓고 갔을까

정적 속으로 천 개 소리의 발바닥들이 착지하는 집

 


jojungin-200.jpg

 

서울 출생
1998년 《창작과 비평 》등단
제2회 토지문학제 시부문에서 대상
시집『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장미의 내용』,
동시집 『새가 되고 싶은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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