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 김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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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0회 작성일 22-11-24 13:50본문
불면
김예강
밤의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지우개 없이 지워진다
코끼리 다리를 그리면 코끼리 다리는 지워지고 코끼리 눈은 끝내
얼굴에 그려지지 않는다 얼굴을 그리면 얼굴이 지워진다 눈동자만
그려지는 그림을 그린다 손을 그리면 손가락 다섯 개는 손이 되지
않고 지워진다 얼굴보다 먼저 밤이 그림을 지운다
그리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진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너는 앞에
서 있다 보내지도 않았는데 너는 가고 없다 보고 있을 뿐인데 가고
없는 얼굴들 대낮보다 더 환한 밤, 그림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대로 잠들게 하소서
얼굴 없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
―김예강 시집, 『오늘의 마음』(시인동네, 2019)
1961년 경남 출생
부산교육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 졸업
2005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고양이의 잠』 『오늘의 마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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