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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 / 김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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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0회 작성일 22-12-09 19:48

본문

그 친구

 

   김수열

 

 

성은 까먹었는데

이름은 진모였어 국민학교 2학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먹다짐을 했지

운동장 구석 모래판에서

싸움은 싱겁게 끝이 났고, 그때 알았지

코피가 그리 쓰지만은 않다는 걸

졌다고 해서 꼭 우는 건 아니라는 걸

 

바로 집에 갈 수 없었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빵집 앞에서 모락모락 찐빵냄새 맡다가

극장 앞에서 영화간판에 넋을 놓다가

지금은 매립된 탑동 원담에 들어

보말 잡고 구살 잡고 시간도 잡다가

어스름 한참 지나 집으로 갔지

 

성은 까먹었는데

이름이 진모였던 그 친구

그해 겨울 서울로 전학을 갔는데

지금도 학교 운동장 모래판만 보면

그 친구가 생각나

아무도 없는 수돗가에서

코피 훔치던 아이도 얼핏 떠오르고 

 

김수열 시집, 물에서 온 편지(삶창, 2017)




김수열.jpg


1959년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1982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바람의 목례』 『어디에 선들 어떠랴』 『생각을 훔치다』 『빙의

물에서 온 편지』 

산문집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 

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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