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고기 버거 / 강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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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고기 버거
강신애
백 프로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짜 고기 버거라고 한다
콩과 코코넛 지방, 밀가루, 식물성 오일
분자 조합으로 만든
맛도 냄새도 고소한 돼지고기라고
이제 먹고 낳는
철장에서 벗어난 가축들은
한가롭게 들로 물가로 소풍갈 수 있을까
항생제 없는 신선한 콩고기를
싼값에 먹을 수 있겠지
육식이 끊긴 대지에 성수가 흐르고
죽어간 짐승들을 위한
우리들의 비가(悲歌)는 끝이 날까
거짓 위안에 길들여져서
가짜 코코넛
가짜 밀가루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머리를 물들이는 음모의 기미를
삼켜 분해하는
양자 오일이 등장할 수도 있겠지
입자를 버무려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미래가
다정하고 모호한 얼굴로 다가온다
어차피 우주는 분자의 조합이지만
미래는 하드디스크에 없고 책에 없고 계획에 없고
한밤중 유리창에 붙은 낙엽 쪽지처럼 다가온다
노크도 없이
―강신애 시집,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문학동네, 2020)
1961년 경기도 강화에서 출생
1996년 《문학사상》등단
시집 『서랍이 있는 두겹의 방』 『불타는 기린』』『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등
댓글목록
석촌님의 댓글

나는 채식가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니고 건강과도 무관한 나의 취향일 뿐이다
LA 다져스 야구 감독 Tommy Lasordar,그는 채식가로 알려진 분이다
월드시리즈 그의 팀의 챔피언날 기자가 예상밖의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왜 채식주의자 입니까"
'I don't eat anything that has a face'
안타(single hit)를 친 그의 답변을 가끔 나의 변명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