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 위선환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폭설 / 위선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1회 작성일 22-12-18 20:45

본문

 

    위선환

 

몸속에 가시뼈를 키우는 물고기가 자라나는 가시뼈에 속살이 찔리는 첫째 풍경 속에서는

몸속에 두 귀를 묻어버린 물고기의 몸속보다 깊은 적막을, 적막하므로 무한한 그 깊이를

누가 내 이름이라 지어 불렀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떨렸다.

눈 뜨고 처음 내다본 앞바다에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는 둘째 풍경 속에서는

야윈 손이 반음씩 낮은 음을 짚어가는 저녁 무렾에 어둑하게 어스름이 깔리는 음조를

새들은 어둔 하늘로 날고 살 속에서는 신열을 앓는 뼈가 사뭇 떠는 오한을

누가 내 이름이라 지어 불렀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떨렸다.

잠깐씩 돌아다본 들판에 돌아다볼 때마다 눈발이 굵어지는 셋째 풍경 속에서는

눈꺼풀에 점점이 점 찍힌 점무늬 아래로 한없이 떨어져 내리는 반점들의 하염없는 나부낌을

아득하게 깊어진 눈구멍 속에서 속날개를 털며 자잘하게 날갯짓도 하는 설렘을

누가 내 이름이라 지어 불렀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떨렸다.

물굽이와 들판과 나를 덮고 묻는 눈발이 자욱하게 쏟아지는 마지막 풍경 속에서는

천 마리씩 떨어지는 여러 무리 새떼들이 바짝 마른 가슴팍을 땅바닥에 부딪치며 몸 부수는 저것이 폭설인 것을

내리 꽂고 혹은 치솟는 만 마리 물고기들은 물고기들끼리 부딪쳐서 산산조각 나는 것 또한 폭설인 것을

따로 이름 지어 부르지 않았다. 깜깜하게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누구인가 그가!

내 이름이라 지어 불렀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떨렸다.

 

* 2009현대시학작품상 수상작

 

위선환 시집, 수평을 가리키다(문지, 2014)


 


1941년 전남 장흥 출생

1960년 용아문학상 수상
2001년에 월간《현대시》를 통하여 작품활동을 재개
2009년 현대시작품상 수상
시집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눈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
『새떼를 베끼다』『수평을 가리키다』

추천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97건 7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2 1 12-29
13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7 1 12-28
13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7 1 12-28
13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0 1 12-28
13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2 2 12-26
13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4 1 12-26
13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0 1 12-26
13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9 1 12-22
13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3 1 12-22
13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0 1 12-22
13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8 1 12-21
13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3 1 12-21
13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1 1 12-21
13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0 1 12-20
13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6 1 12-20
13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0 1 12-20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2 2 12-18
13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5 1 12-18
13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0 1 12-18
13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1 5 12-16
13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0 1 12-16
13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7 1 12-16
13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9 1 12-14
13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1 12-14
13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7 1 12-14
13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4 1 12-13
13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4 1 12-13
13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3 1 12-13
13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3 1 12-11
13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9 2 12-11
13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1 1 12-11
13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4 1 12-09
13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8 1 12-09
13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8 1 12-09
13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5 1 12-05
13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0 1 12-05
13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8 1 12-05
13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9 1 12-02
13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5 2 12-02
13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1 1 12-02
13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7 1 12-02
13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3 1 11-29
13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8 1 11-29
13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6 1 11-29
13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9 1 11-29
13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2 1 11-28
13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1 2 11-28
13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 1 11-28
13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4 1 11-24
13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1 1 11-2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