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 안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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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2회 작성일 22-12-20 12:41본문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뜨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지 말았어야 했네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는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
그때 그곳에서 뿌리내린 듯 기다렸어야 했네
어둠 속을 쏘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 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시집,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실천문학사, 2014)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
제15회 고산문학대상 수상
시집『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
『아배 생각』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시의 꽃말을 읽다』 등
인물평전 『권종대-통일걷이를 꿈꾼 농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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