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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돋아서 / 수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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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9회 작성일 22-12-29 20:24

본문

개가 돋아서

 

    수피아

 

나무 피를 찢고 나오는, 이파리처럼

내게 날개가 돋는 것이다라고 가정한다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모퉁이 철대문집 위로 날아간다

연두 불이 켜진 나뭇가지 사이로

날개는 푸드덕 소리를 던진다

늙은 개, 점순이가 고개를 들어

어둠의 페이지에 컹! !이라고

음성어를 쓴다 허공이 점순이의 주둥이를

연필처럼 쥐었다가 놓았을 때

컹컹 소리가 푸드덕 소리를 앞지른다

무게를 갖지 못한 소리가

마당 밖으로 달려간다

내 날개와 철대문집 점순이는

컹컹과 푸드득으로 어둠을 뚫는다

 

​―수피아 시집, 은유의 잠(천년의시작, 2022)


soopia-150.jpg

1968년 전남 고흥 출생 

2007년 계간시안》으로 등단

시집 『은유의 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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