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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배홍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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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3회 작성일 22-12-29 20:27

본문

자화상

 

​   배홍배

 

나는 그림 속의 그와 매일

이야기를 한다

대화의 내용과 방향과 시간은

언제나 그의 결정

나보다 빠르게 늙어가는 그에게

색깔을 덧칠하는 게 나의 일이다

그의 열정과 맥박을 재고

밝아지는 캔버스 안에서

모닥불과 툭툭 이야기를 하면

횃불을 들고

불 속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외로웠다

내가 집에 없는 밤엔 그는

홀로 거리를 걸었다

담 벽에 세로로 찍힌 발자국,

창문을 열어놓고 귀를 막고

별들과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별과 나란히 걸어갔다

발자국은 지나온 길과

짧은 토론을 하고

구부러진 풍경들과 낯선

대화를 하고

버려진 안경과 입을 맞추고

어둠을 피해 지하실로 숨었다

눈동자 안에 아무렇게나

지던 별 하나가 천천히 떠오를 때

 

배홍배 시집, 라르게토를 위하여(시산맥, 2022)





 bae.jpg

  

1953년 전남 장흥 출생

2000년 월간현대시로 등단

시집 단단한 새바람의 색깔라르게토를 위하여』 

산문집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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