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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에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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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3회 작성일 23-01-01 11:57

본문

새해 첫날에

 

   김정수

 

 

새벽에 출근하던 아내가

사진 한 장 찍어 문자를 보내왔다

예쁘지? 저렇게 달 가까이 빛나는 별 첨 봐

환한 그믐달과 샛별이

날이 밝아오는 줄도 모르고

서로를 씻겨 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 서로의 등을 밀어주었더라?

처음 같이 목욕하던 때처럼

쑥스럽게 부끄럽게 마중하다가

개밥바라기와 비너스를 생각하다가

오늘도 갈 곳 없는 날 자책하다가

고마워! 추운데 잘 다녀오라는 답장도 못 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베란다에서 달달 벌벌 떨고 있다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날카롭게 차오르는 말과 상처 잘 여미는 일

젊은 날의 약속 희미해지는 순간까지

그냥 사는 일 남들보다 일찍 늙은 직장

진작 스러져 아득하고 아뜩해도

새해 아침 하늘욕조에선

신혼 첫날밤의 어둠이 빛나고 있다

 

김정수 시집, 홀연, 선잠(천년의시작, 2020)



ee.jpg

 

1963년 경기도 안성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0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서랍 속의 사막』 『하늘로 가는 혀홀연선잠 

2013년 한국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28회 경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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