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풀 / 고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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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8회 작성일 23-01-06 16:58본문
마리우풀
고성만
전쟁이 일어난 시간에
약간 마음의 근육을 씰룩거렸지만
전쟁이 일어난 시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청 앞 광장에서 약속을 하고
전쟁이 일어난 시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금은 절망하면서
조금은 허무해지면서
포위망 좁혀가는 도시,
영화처럼 펼쳐지는 전쟁을 시청한다
마리우폴*을 사랑한 청년이
짧은 포옹 후 총 들고 달려가는 장면
청년의 뒤에 대고 부디 무사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처녀
결사적으로 저항하던 시민들이 다치거나 죽고
모든 빛 끊어진 채
폐허가 된 도시
누가 원한 것이었을까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이었을까
사랑했던 날들이여
무작정 신께 매달리지만 제발,
기회를 달라 애원하지만
찰나에 스쳐가는 입술자국 같은 희망마저 사라지면
도대체 어디로 떠나야 하나
마리우폴,
가만히 눈 감고 너 부를 때
가슴 아래쪽 명치에 찌르르르
툭, 떨어지는 눈물
*우크라이나의 지명, '성모마리아의 도시'라는 뜻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22년 가을호
전북 부안출생
조선대 국어교육과, 전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1998년 《동서문학》 신인상 당선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시조집 『파란, 만장』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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