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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풀 / 고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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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1회 작성일 23-01-06 16:58

본문

마리우풀

 

   고성만

 


전쟁이 일어난 시간에

약간 마음의 근육을 씰룩거렸지만

전쟁이 일어난 시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청 앞 광장에서 약속을 하고

전쟁이 일어난 시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금은 절망하면서

조금은 허무해지면서

포위망 좁혀가는 도시,

영화처럼 펼쳐지는 전쟁을 시청한다

마리우폴*을 사랑한 청년이

짧은 포옹 후 총 들고 달려가는 장면

청년의 뒤에 대고 부디 무사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처녀

결사적으로 저항하던 시민들이 다치거나 죽고

모든 빛 끊어진 채

폐허가 된 도시

누가 원한 것이었을까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이었을까

사랑했던 날들이여

무작정 신께 매달리지만 제발,

기회를 달라 애원하지만

찰나에 스쳐가는 입술자국 같은 희망마저 사라지면

도대체 어디로 떠나야 하나

마리우폴,

가만히 눈 감고 너 부를 때

가슴 아래쪽 명치에 찌르르르

, 떨어지는 눈물

 

*우크라이나의 지명, '성모마리아의 도시'라는 뜻

 

계간 시로 여는 세상2022년 가을호



고성만.jpg


전북 부안출생

조선대 국어교육과전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1998년 동서문학》 신인상 당선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시조집 파란만장』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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