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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친구에게 1 / 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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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0회 작성일 23-01-11 15:37

본문

따뜻한 친구에게 1

 

    김 락

 


입안 가득 비 갠 거리의 미풍을 물고 있어서

너는 배 위에 깍지 낀 손처럼 고요하다


슬픔의 죄수들이 떨어뜨린 메아리가 흩어지길 기다리네

소리 없이 채비를 마치고 혼자가 되는 것은 밤의 심문을 받는 일


몽상가의 목도리에서 깨어나는 새와

알 수 없는 흰 빛에 싸인 꽃들은

조금 더 무너져 내린 너는

무엇을 몰래 피우려다 시들어 가는지


얼굴의 모든 시제는 술병 사이에 넘어져 있어

동시에 각자의 창문을 닫는 이웃처럼

세계의 모든 유리문을 닫아걸고

너는 무엇으로 잠드려는 것인지


식은 열기의 손들이 멍든 어깨를 짓이기네

그러나 우리는 조용히 지나가자, 비극을 수락하기 위해


내가 너의 무죄를 밝혀 주려고 작은 의자에서 잠들 때

너는 흰 무명천 너머 아찔한 눈부심에 빠진 눈처럼

모든 것을 잊는다


—《무크 파란창간호, 2015

 



 

1983년 부산 출생

2013 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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