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아웃! / 김상미 > 오늘의 시

가짜 뉴스 아웃!

    김상미

가짜 뉴스가 판을 친다

갈수록 더 과격해진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아니 똑같은 사람들이 한통속으로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사고로

똑같은 똥을 싸며

똑같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또 생산해낸다

그 사이사이로

포장지만 그럴듯한 내용 없는 쓰레기들이

확신 없는 부정과 맹목들이

여론을 조작하고 불안과 공포를 서식시키고

우르르 진실의 댐들을 무너뜨린다

저 먼 북극에선 시시각각 빙벽들이 녹아내리고

쩍쩍 금이 가는 빙하에선 수천 년 된 공기들이 비명횡사하고

죄 없이 아름다운 아마존이 불에 타 사라지고 있는데

그 자연에게 미안하지도 않은지

그 자연에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여기저기에서 가짜 뉴스가 판을 치며

해독제 없는 맹독을 뿜어대고 있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이래선 안 된다

적어도 자신이 인간의 마음을 가졌다면

그 마음에 쥐어진 펜을 그렇게 휘갈겨선 안 된다

인간의 악의는 결코 사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진짜 나쁘다고 믿는 것은 진짜 나쁜 것이다

누구도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눈과 귀 똑바로 열어놓고

모든 가짜 뉴스는 아웃!이라고

더이상 침묵하지도 함구하지도 말고

큰 소리로 자신 있게 말해야 한다

모든 가짜 뉴스는 아웃!이라고. 

―김상미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문학동네, 2022)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 『잡히지 않는 나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산문집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등

2003년 박인환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