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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고향을 다녀오다 / 배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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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4회 작성일 23-01-15 20:36

본문

들의 고향을 다녀오다

 

    배창환

 

  추풍령 넘어 옥천 죽향초등학교 부근 시인의 마을, 지용* 생가 삽작문은 마침 시인이 출타 중인 듯 비스듬히 닫혀 있었습니다. 예쁘게 단장한 기념관도 때마침 휴관이었지요. 우리는 토담 밖에 놓인 시비(詩碑)와 시인의 입상(立像) 앞에서 기념사진 몇 장 찍고, 담장 그늘 따라 쑥쑥 돋아난 머구** 잎이 새로 이은 초가지붕이랑 앞도랑 실개천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시대의 거울이었던 시인으로서 이름 석 자마저 묻어야 했던 오욕의 시간들을 묵상하듯, 빈 나무 의자에 앉아 봄 햇살을 좀 쬐다 왔습니다

  회북면 회인마을 안쪽 너른 마당, 감나무와 은행나무 그늘에 오장환 시인의 생가가 있고, 새로 지은 그의 기념관에서 제일 먼저 우릴 맞아 준 것은 하얀 벽면에 기대어 함빡 웃고 있는 아이들의 시화였습니다. 역사의 진보를 믿었던, 그래서 그 시절 이 땅에선 살 수 없었던 시인 오장환, 두고 온 고향 하늘과 어머니를 잊지 못하던 그의 시심이 아프도록 맑아서, 돌아서는 우리들 발걸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상당산성에서 더덕 막걸리를 몇 사발씩 들이켜고 우리는 곧장 고두미마을 단재 선생 사당으로 달려갔습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곳을 찾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고, 사당 앞 백목련은 휘어질 줄 모르던 선생을 닮아 외곬으로 고개 돌리고 서 있었는데, 사당 뒤 선생이 누우셨던 무덤 자린 움푹 패어, 황소바람만 드나들고 있었습니다.***나라 잃고 넘은 국경 다시 밟아 한 줌 재로 돌아오시던 그때나, 동강난 나라의 허리 부둥켜안고 버둥대며 살아가는 지금이나, 선생은 머리 뉠 곳이 없었고 우리는 엎드려 무릎 꿇을 데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옛날, 한 발짝 앞을 볼 수 없었던 칠흑 어둠에 길을 재고 슬픈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한 빛을 얹어 준 별들의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그들은 시대보다 먼저 시대를 끌어안아 스스로 상처 입은 별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무수히 상처 입은 별인 것처럼, 그래서 더 오래 우리 곁에 남아 이 땅의 밤하늘을 차지하게 될, 크고 아름다운 별들이었습니다

 

* 시인 정지용(鄭芝溶)

** 머위

***이 마을 사람의 말에 의하면, 누가 몰래 선생의 유해를 이장하려다 들켜 인근에 가매장한 상태라 했다. 황당했고, 슬펐고, 부끄러웠다.

 

배창환 시집 별들의 고향을 다녀오다(세계의문학, 2019)



배.jpg


1955년 경북 성주 출생

1981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잠든 그대』 『다시 사랑하는 제자에게

백두산 놀러 가자』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겨울 가야산』 『소례리 길

시선집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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