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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 정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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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5회 작성일 23-01-18 13:41

본문

사과

 

  정다인

 

속살을 아는 이여

이가 닿은 곳을 시간이라고 하자

갈변하는 인연의 색깔에 이유를 달지 말자

거기는 눈물이 닿지 않는 곳

아무도 돌아가지 못할 그믐이다

베어 문 자리에서 돋아난 기억은

물병자리 여자의 시큼한 암내 같은 것

눈물이 마른 자리에서 기어 나오는

사람아,

정체를 들키지 말고 사라지자

아직 덜 익은 것의 의미를 찾아

가지를 흔들지 말자 너무 익은 것들의 악취가

우리들의 생이다

들추지 말아야 할 것은 어둑한 백내장으로

다가오는 구름으로 덮어두자

상처는 밖으로 자라 나온 속살일 뿐, 오래 전부터

우리들의 소유다

정다인 시집, 여자 k』 (한국문연, 2016)


 

정다인.jpg

 

2015시사사등단

시집 여자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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